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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아 / 청파소나타 (CD) (해외배송 가능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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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정밀아 / 청파소나타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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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강함의 매력으로 사랑 받고 있는 정밀아가 3년만에 발표한 정규3집 <청파소나타>는 시간적으로 새벽부터 잠들기 전, 계절상 가을부터 초여름까지, 장소적으로 청파로-서울역 일대가 배경이다. 이 동네에 자리한 동쪽 끝 밝은 방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면서, 매일의 오늘을 살아내는 나와 세상의 모습을 담았다.

앨범 제목에 쓰인 '청파(靑坡,푸른언덕)'라는 이름의 동네는 서울 한가운데 서울역, 만리재와 접해 있고, 동쪽으로 남산이 있다. 재개발지역 이었다가 도시재생구역으로 바뀌었고, 좁은 골목들 사이로 지금도 미싱이 도는 봉재공장들이 옛 모습 그대로 자리해 있다. 오토바이 소리, 서울역 기차소리가 하루 종일 들리는 이 동네에 신기하게도 새벽에는 새소리가 요란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 근처 산책만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동네를 탐구하는 탐구가, 소리들을 모으는 채집가가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의 음악으로 수렴되어 새 노래들로 다시 태어났다.

첫 트랙 <서시>는 정밀아가 직접 녹음한 새벽녘 소리들로 시작된다.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단어를 재해석한 노랫말이 이어지고 '오늘의 나를 살 것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자신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수없이 되뇌인 다짐이나 신념이 있는가. 내 심장이 뛰는 곳을 향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 곡은 수록곡 중 유일하게 3년 전에 쓰여졌다.

<서울역에서 출발>은 리얼리티와 위트 넘치는 가사가 마치 단편영화를 보는 듯 하다. 뒤늦게 음악가가 된 딸을 염려하는 엄마의 전화로 노래는 시작된다. 그러다 문득 혼자 처음으로 서울에 발 디딘 곳이 서울역이라는 기억이 떠올라 이야기가 이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공공의 장소가 이 음악가에게는 많은 것들의 출발이 되었나 보다. 그 출발을 시작으로 오늘에 이른 나는, 언젠가 이곳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바다에도 가겠노라 앞날을 그려본다.

<어른>안주 없이 막걸리를 마시다가 마냥 멀기만 하던 단어 '어른'에 대해 생각한다. 진짜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의문과 괜찮은 것 같기는 해서 이대로 살아갈 것이라는 마음이 교차되는 밤. 마음이 이리저리 구르고 이상하며 울적하긴 해도, 그저 책 한 장 넘기듯, 술 한 잔 넘기듯 그렇게 또 하루를 넘긴다.

<오래된 동네>재개발, 보존과 재생 등의 단어는 이 거대한 도시에서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다. 청파로 일대와 만리동, 아현동 등에 이르는 지역을 걸으며 쌓인 단상들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전통적 투쟁가 스타일의 편곡이 흥미롭다.

<광장>정밀아의 산책은 종종 서울역광장-시청광장-광화문광장까지 이어지곤 했다. 현대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광장'을 그가 본 바대로 기술한 곡이라 하겠다. 그리고 기존의 해석에 한끝을 더해, 오늘의 우리에게 '비에 젖은 마음을 내어 말릴 한 평 마음의 광장'은 있는지 묻는다. 정밀아가 채집한 광장의 소리들이 곡 전체에 깔린다. 곡 후반에 휘몰아치는 드러밍이 인상적이다. 블랙스트링의맴버 오정수가 신스&일렉기타로 참여하였다.

<언니>어느 날 늦은 밤 걸려온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그 동생은 그냥 자기 이야기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예전 언젠가 나도 언니에게 이런 전화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듯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살아간다. 언젠가 내 얘기 하나 들어줄 사람 없는 밤이 온다면 이 노래를 듣자. 정밀아의 기타와 보컬이 원테이크로 녹음된 곡이다.

<환란일기>바다 건너 어느 나라에 큰 불이 나서 가슴을 쓸어 내리기 무섭게 전 세계에 역병이 돌기 시작했다. 음악가에게 이런 세상의 모습을 노래에 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면밀히 관찰한 환란의 시간을 조금은 밝고 따뜻하게, 그렇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그려낸다. '보통 아닌 것들이 보통이 되어버린 오늘' 이지만 '내일 또 내일의 태양이 뜨면, 정성껏 살아갑니다.' 현재까지 정밀아가 찾은 최선은 이것.

<춥지 않은 겨울 밤>춥지 않은 날이 많았던 지난 겨울, 그는 긴 시간 도시를 걸으며 음악 대신 그냥 흐르는 서울의 소리들을 들었다. 쓸쓸한 서울의 한쪽 구석을 묘사한 가사가 절묘하다. 정밀아의 피아노에 더블베이스 이원술, 드럼 신동진의 트리오 구성. 끝내 넘치지 않지만 충분히 짙은 정밀아의 보컬이 돋보인다.

<바다Ⅱ>1집에 수록된 <바다>와 같은 제목을 붙인 곡이다. 그의 곡에는 '바다'가 자주 등장한다. 이번에 그려낸 바다는 '침묵의 바다, 무심한 바다' 이면서 한낱 '모래알 같은 자신을 수평으로 팔 벌리고 잦아든 바람으로 감싸 주는 바다' 이다. 새벽바닷가 흩날리는 모래와 파도가 연상되는 드럼 위로 무겁고 무심한 기타선율이 흐른다. 후반부 파도처럼 펼쳐지는 첼로가 무척 아름답다. <춥지 않은 겨울밤>에 이어 정밀아의 감정이 절제된 보컬에 귀 기울여 보기를 권한다.

<초여름>첫 트랙<서시>에서 새벽을 열며 오늘의 나를 살 것이라 했던 앨범은, 마지막 트랙에서 하루를 살아내고 동쪽끝 밝은 방에 몸을 누인다. 그리고 내일도 길을 나설 텐가 물으며 마지막 곡은 끝난다. 오랜 시간 함께 연주를 해오고 있는 재즈맨들 4인의 연주가 담긴 트랙이다.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노래할 것인가는 예술가에게 필수불가결의 질문이다. 정밀아는 자신의 내면과 외부를 교차하는 시선으로, 사적인 동시에 보편적 정서를 관통하거나 넓게 끌어안는 고유의 균형감을 지니고 있다. 전작들을 살펴보면 이것이 갑작스러운 발현이 아니라 차곡차곡 구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정규1집<그리움도 병>을 통해 마치 밀린 이야기 하듯, 음악언어 쓰기 이전 시간을 풀어냈다면, 정규2집<은하수>는 본격적으로 음악 언어를 쓰기 시작한 작품이다. 사랑의 본질을 노래한 <꽃>에 이어,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전국오월창작가요제 대상곡<무명無名>은 음악가로의 시각을 확장시킨 곡이다. <청파소나타>는 이렇게 구축된 것들 위에 만들어졌다. 문학적이고 아름다운 가사는 깊이를 더했고, 정밀아의 그림으로 채워진 24p.부클릿, 다채로워진 연주와 편곡, 여러 온도를 표현한 보컬 등 풍성한 내용들을 앨범에 담았다.

<은하수>앨범의 표지를 기억하는가. 정면을 응시하던 눈동자 속에 아슬아슬 거리던 빛들 말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사람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으로 그의 눈은 반짝인다. 물음표와 느낌표, 쉼표와 마침표를 세상과 노래의 곳곳에 놓으며 틈과 경계를 걷는다. 더욱 정밀하고 농밀해진 앨범 <청파소나타>는 정밀아의 오늘이다. 그리고 누군가 이 노래를 듣는다면, 노래는 그가 살아내는 오늘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렇게 노래는 흐르고 매일의 오늘은 계속된다.



Tracklist

  • 1-1. 서시
  • 1-2. 서울역에서 출발 
  • 1-3. 어른
  • 1-4. 오래된 동네
  • 1-5. 광장
  • 1-6. 언니
  • 1-7. 환란일기
  • 1-8. 춥지 않은 겨울밤
  • 1-9. 바다Ⅱ
  • 1-10.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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