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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늘 / 연가 (CD) (해외배송 가능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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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공중그늘 / 연가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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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새 출발 03:47

02. 계절 04:12

03. 연가 03:41

04. 타임머신 (Remastered) 05:24

05. 모래 05:27

06. 그사이 02:51

07. 비옷 04:45

08. 보보 04:21

09. 역 03:49

10. 숲 05:31

11. 연가 2 (feat. 장필순) 04:07

12. 여행 03:15




길지 않은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내고자 결성한 밴드 공중그늘의 첫 번째 정규앨범 《연가》


우리를 특정 장소와 시간으로 데리고 가는 그런 음악이 있다. 세밀한 장면들이 스틸컷처럼 그려지고, 코 끝에는 그때의 냄새가 얼핏 스치는 것만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곱씹게 되는 음악이 있다.


멜로디를 흘려듣다가도, 다시 떠오를 때는 가사가 마음에 스민다. 공중그늘의 음악이 그렇다.


〈선〉에서 보였던 리드미컬한 퍼포먼스와 〈농담〉의 사이키델릭, 〈잠〉에서의 창의적인 보컬 라인, 〈산책〉에서 드러나는 훌륭한 은유법의 사용까지, 공중그늘은 다양한 장르를 만지작거리며 담백하게 시를 써 내려간다. 자칫 모호하게 보여질 수 있는 가사들은 오히려 청자에게 그들만의 경험으로 꾸려진 구체성을 제공한다. 여러 장르로 꾸며진 변주 속에 유지하는 문학적 언어가 공중그늘만의 차별성일 것이다. 그들이 이번 앨범을 통해 확장하고자 하는 음악적 영역은 더 아름다운 가사를 위해서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공중그늘의 보컬에는 괜한 겉멋이 없다. 보컬도 하나의 악기로 대하려 한다는 공중그늘의 말처럼 어느 하나의 주인공 없이 공중그늘이 만들어 놓은 선 안에서 모든 요소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이에 더해 모든 멤버가 신디사이저라는 가장 확장성 있는 악기를 이해하여 이를 중심으로 작곡을 해나가는 방식은 보다 진보한 음악을 만들고자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공중그늘 정규 1집 《연가》에서는 이러한 공중그늘의 특징들이 더욱 도드라진다. 이전의 앨범들이 각곡들의 구성과 완성도에 집중했다면, 《연가》는 어느 한 곡에 힘을 주기보다 전체가 촘촘히 얽혀 하나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곡들이 가진 고유의 매력과 노랫말을 음미하며 트랙 순서대로 변화하는 감정선을 따라가야지만 《연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앨범 전체를 듣는 청자들이 많이 줄어든 지금에 이런선택을 한 것은 자신들의 음악성에 대한 자신감 덕분일 테다.


〈새 출발〉을 첫 번째 트랙으로 정한 것은 당연한 선택처럼 보인다. 재기 발랄한 공간음으로 열리는 노래는 이전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숨겨 둔 채 시작에 대해 얘기한다.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가벼운 마음 단숨에 품고’, ‘밤이 없는 도시를 밟’자고 가볍게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는 새 출발을 말하며 손을 내민다. 그 손을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공중그늘은 그들의 앨범 전체를 듣도록 만든다.


〈타임머신〉-〈모래〉-〈보보〉-〈숲〉으로 이어지는 곡들에서는 회상과 진보가 반복된다. 그 시작은 앨범의 타이틀곡인 〈계절〉이다.


몽롱한 분위기 안, 꽤나 세밀한 서술의 가사는 흡인력을 뽐낸다. 한편으로는 다소 건조하게 뭉친 드럼과 베이스가 중심을 탄탄히 잡고 있다. 부드럽고 단아하게 잘 정리된 사운드와 이펙팅의 유기적인 변환으로 후렴 파트를 흘려보낸다. 계절의 경계는 저절로 허물어지지 않고 공중그늘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하다. 다음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이 가능하기에 미래를 노래할 수 있는 것일까? ‘헌 웃음을 끝내자’하며 곡은 끝이 나지만 왠지 모를 쌉싸름한 여운은 남아 있다.

앨범의 동명의 타이틀 <연가>는 레게 리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동감 있는 그루브를 연출한다.


멜로디컬 한 읊조림에서 시작된 곡은 드럼의 뛰어난 완급조절과 유연한 멜로디 전개로 후반까지 부드럽게 가닿는다. 후렴구에서는 코러스를 배경으로 가사와 선율을 반복하여 은근한 중독성을 이끌어낸다. 휘파람처럼 산뜻한 플루트 라인은 곡의 섬세함을 한층 높인다. 레게/덥 이라는 장르를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낸, 공중그늘의 회화적 능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그사이〉는 길 잃은 단어들의 나열이다. 상징과 우화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청자들의 상상력을 건드린다. 관념적인 표현들이 모호하게 비칠 수 있겠지만, 이 곡 안에서 문장 없이 얽힌 단어들은 단어 고유의 느낌이 가진 연속성을 통해 어렵지 않게 이미지화된다. 세상의 허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잡고 있으려는 몸짓, 공중그늘의 음악을 관통하는 그 정서가 이 곡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엷은 빛으로 채색된 언어들은 서정성을 담은 은은한 잔향이 된다.


〈비옷〉은 짙은 절망을 품고 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얽매여 있는 ‘나’는 이미 벌어진 상황들을 가만히 서서바라본다. 감정에 발을 담그더라도 몸까지 적시지는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온 다른 곡들과는 달리 이 트랙에서만큼은 절제를 내려놓은 듯 보인다. 옅게 깔린 신디사이저의 아르페지에이터는 ‘비’, ‘날갯짓’, ‘비옷’ 등으로 은유 되는 감정을 훌륭하게 변주한다. 기타 솔로를 통해 끝내 터져 나오는 감정의 울렁임은 앨범의 중후반에 다다르기까지 다소 일관적이었던 감정의 흐름을 흩트리며 새로운 호흡을 고르게 만든다.


〈역〉은 기차의 경적 소리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기타로 시작된다. 접근성 높은 멜로디의 송 라이팅은 앨범 내내 유지되지만, 〈역〉의 다소 거친 사운드 표면은 다른 곡들과의 차이를 드러내 주는 부분이다. 드럼과 퍼커션의 힘 있는 사용으로 강조된 리드미컬도 눈에 띈다. 가성을 섞어 서정적인 분위기를 냈던 다른 곡들과 달리, 뱉어내는 기법으로 차이를 준 가창의 활용 역시 재미있다. 기타와 신디사이저는 적절한 크기로 귀에 꽂히며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안에서 차곡차곡 조립된다.


직선적으로 짜여진 리드 기타의 솔로 또한 유려하다. 자신들의 사운드를 확고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연주적 역량이 드러난다.

가사에서는 그들이 가진 젊음의 서사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성과에 대한 조바심과 그것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가사에 담겨 있다. 삶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역’이라는 가상의 장소로 끌어온 흥미로운 상상력의 산물이다.


이 트랙을 통해 공중그늘은 음악의 세계에서 한층 더 발을 넓힌다. 앨범에 새로운 컬러를 더하는 보석 같은 트랙이다.


앨범의 두 번째 연가는 장필순의 온기 어린 보컬로 불려졌다. 《연가》의 두 연가 모두 대상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첫 번째 〈연가〉가 사랑의 발견과 약속이라면 〈연가 2〉는 사랑을 감싸는 사뭇 엄숙한 의지처럼 느껴진다. 노래 전체가 ‘빛이 없는 하늘의 그림자’, ‘밤낮을 파고도 찾지 못할 샘’ 등 공감각적 심상으로 표현된 ‘가질 수 없는 무언가’까지도 너에게 주겠다는 사랑의 선언이다. 쉽게 말하는 사랑의 진부함으로부터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어 왔던 밴드이기에 이러한 감정의 표출은 가늠하기 어려운 그런 진심처럼 다가온다.


다정함이 담긴 사랑 노래를 뒤로하고, 풍부한 공간감과 함께 마지막 트랙 〈여행〉이 시작된다. 간결하지만 리드미컬한 베이스 리프와 그 옆을 둘러싸는 기타 리프는 반복되는 가사를 알맞게 감싼다. 보컬에 화음을 쌓는 더블링 역시 공간감을 한층 더한다. ‘멀리 보이면 숨을 고르고, 끝내 닿으면 물을 마시자’는 말로 또 다른 새 출발을 예고하며, 공중그늘은 여행을 마무리 짓는다.


개별 트랙들은 저마다의 정체성을 가진 채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다채로운 연주와 감정들 사이를 잇는 핵심 정서는 공중그늘의 앨범 전체를 하나로 엮는다. 트랙 각각의 만듦새도 빼어나지만, 곡의 전략적인 배치를 통해 완급을조절하는 역량은 데뷔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신예 밴드라고는 믿기 어려운 노련함이다.


신선함과 완성도를 모두 가진 채, 자신들의 색깔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중그늘은 그것을 해냈다.


공중그늘의 송 라이팅 능력은 생기 있는 멜로디와 리프들 안에 여실히 드러나고, 그들의 상상력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낮도 밤도 아닌,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아닌 그 어딘가의 장소를 끊임없이 가사 안으로 끌고 온다.


뛰어 난 성과이자 훌륭한 창작물이다. 공중그늘의 행보는 길을 잃은 산책일지 몰라도 결국 한 걸음 더 나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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